‘31개.’올해 초부터 12월 초까지 인도에서 탄생한 유니콘 수다.인도 유니콘 전체(51개)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사망자가급증했으나, 인도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금은 쏟아졌다. 스타트업은인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계층 사다리다. 에듀테크 기업바이주스는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올라섰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조마토, 폴리시바자르, 페이티엠 등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여성인 나이카 창업자는 스타트업을 통해 유리천장을깨고 남성 중심의 인도 사회에 도전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쏟아내고 있는 인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파헤쳐봤다. [편집자주]
인도의 스타트업 약진 뒤에는 젊은 인구가 있고, 이를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리더십이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며 인구의 60%가 18~35세에 해당하는 젊은 국가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걸맞은 인구 조건이다. 많은 기업인을배출할 수 있는 토양에다, 신기술 수용도가 큰 소비 시장까지 있다.
모디 총리가 2016년 창업 활성화를위해 시작한 정책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는스타트업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대규모 고용 창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디정부의 과감성은 스타트업 인디아에서도 뚜렷했다. 인증, 세금, 펀딩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이미 2021년 6월 현재 약 5만 개의 스타트업이 세제 혜택을 받았다. 스타트업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대유행)으로 인한 국가 봉쇄라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바이주스(Byju’s)라는 온라인 에듀테크(교육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은 코로나19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는데 해외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23억달러(약 2조76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한국만큼 교육열이 대단한 인도에서 웬만큼 돈 있는부모들은 온라인 사교육 플랫폼에 자녀들을 등록시킨다. 바이주스의 경우 등록 학생 수가 한국 인구보다많은 6400만 명에 달한다.
스타트업 인디아를 이끄는 모디 총리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첫째는 정치인으로서 또 행정가로서 그가 보여준 강력한 실행력,추진력이다. 그는 ‘하는’ 사람이다. 지역 정치인으로서 구자라트(Gujarat) 주총리 시절(2001~2014년)부터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인도 유명의 재벌기업 타타(TATA)그룹이 웨스트 벵갈주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2008년 파격적인 조건으로 공장을 자기 주로 유치했다. 단 열흘 만에 부지 확보와 투자승인 등 모든 것을 해결해줬다. 친기업 성향의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총선에서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을 이끌며 선거에서 승리했다.그는 선거기간 중 “여당인 인도국민회의(Congress)에 60년의 집권 기회를 줬는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내게 60개월의 시간만 달라, 인도를 완전히 바꿔 놓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총선에서 승리해 연방정부 총리에 취임한 후국가 개조와 성장 정책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2016년11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demo-netization)을 단행했다. 검은 돈과 부정 부패를 척결하고 중국, 파키스탄에서 유입되는 위조지폐를 무력화한다는 명분이었다. 이런 거대한 나라에서 이런 엄청난 일을 감쪽같이 해치운 것도 놀랍고그러고도 나라가 살아남았다는 것도 놀랍다. 한동안 극심한 혼란이 있었고, 경제에 부작용이 심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용거래 증가와 투명성 확보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2017년 7월에는 지방정부별로 복잡하기 짝이 없던 세금제도를 상품서비스세(GST) 하나로 통일시켰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주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어느 정권도 엄두를 못 내던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러고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2019년독립기념일 행사에 나온 모디 총리가 10만 청중 앞에서 “나는마음이 급합니다”라는 말을 수십 차례 되풀이하며 사자후를 토하던 때가 생각난다. 나는 외교단을 위해 만들어진 연단에서 그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도를단기간에 세계 톱 국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의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가 항상성공했던 것만은 아니다. 2020년 9월 의회의 압도적 다수의석을 배경으로 밀어붙였던 농업개혁 3법(유통시장 현대화등)의 경우 1년 뒤 폐기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농민들의 1여 년간의 강경 시위에 굴복한 것이다. 농민들은 최저 가격제 붕괴와 대기업의 농업주도권 장악을 우려했다.
모디 총리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두 번째로 국민의 신뢰와 믿음에서 나온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가 세계의 13개국 주요 지도자를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 모디총리가 긍정 평가 70%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 잘 말해준다. 인도 국민 대다수는 모디 총리를 돈 문제에 깨끗하고(clean) 밤낮없이일하는(hard-working) 지도자로 생각한다. 그는 18세에 결혼했으나 결혼 직후 힌두 철학에 심취, 히말라야로 수행생활을 떠난 이래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 가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틈나는 대로 고향의 연로한 모친을 찾는 지극한 효자다. 워커홀릭으로서의그의 명성은 관료사회에 자자하다.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총리가 한밤중이나 새벽에 전화를 걸어 일을 챙기는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인도 대사로 재직 중 가깝게 지냈던 수부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이 자신의 3년간의 외무부 수석차관 시절을 회상하며 가족도 없고 일만 생각하는 총리를 모시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하는것을 들은 일이 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이래몇 가지 국정과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슬로건 정치에 능한 모디 정부의 메시지는 심플하고 강렬하다. 스타트업 인디아를 비롯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클린 인디아(Clean India)’ ‘디지털인디아(Digital India)’ 등이다. ‘메이크 인인디아’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제조업을 강력히 육성하려는 정책이다. 인도의소비재 시장은 중국 제품에 상당 부분 잠식돼 있다. ‘클린 인디아’는전국 각지에 1억1000만 개의 화장실을 보급한 프로젝트다. 인도의 도시와 농촌에는 화장실이 없는 가구가 수두룩했다. 위생 문제뿐만아니라 들판, 노상에서의 배변으로 인한 강도, 성폭행 등문제가 많았다. 모디 총리는 ‘클린 인디아’를 위해 세계은행에 근무하던 인도인 환경 전문가를 전격 발탁하기도 했다.
‘디지털 인디아’는 디지털 산업 육성 정책이다. 인도는 그동안 전통적인 아시아형(노동집약적, 저가 공산품 수출 위주)경제 발전 모델 대신 서비스, 특히 IT, 소프트웨어중심의 경제 발전을 추구했다. 도로, 교통, 전력, 철도 등 열악한 인프라가 그 배경에 있었다.
모디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인디아와 메이크 인 인디아 등 공격적인 경제 정책은한국에 협력 공간을 키운다. 특히 인도 제조업 육성의 롤모델은 한국이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부터 한국 배우기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는미국도 유럽도 일본도 아닌 한국이 인도의 발전 모델이라고 말한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떠받칠 스타트업부문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절실한 때다. 한국 정부는 우리 스타트업들이 스타트업 인디아 열풍에 올라탈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4년 벵갈루루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한-인도 소프트웨어상생협력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20여 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또 수도 뉴델리 인근 구르가온에는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KOSME)이 2019년 KSC 뉴델리에 사무소 문을 열고 한국 스타트업의 인도 진출을 돕는 수출 인큐베이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코트라(KOTRA)와 창업진흥원도 각각 K스타트업 해외 진출 사업을 하고 있다.